+결말 포함, 나의 느낀 점 끄적거림
나는 이브 생 로랑의 특유의 느낌을 좋아한다. 블랙이 가장 잘 어울리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세련되고, 깊이가 있고, 시크하면서 도도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약간의 어둠? 뭔가 약간의 아픔이 있어 보인다. 어떻게 보면 그 상처를 가리기 위해 아름다움으로 꾸미는 우리의 모습과 가장 닮아 있는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보면서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브랜드는 좋아하지만 정작 사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디자이너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그것도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궁금했다. 이 사람은 대체 어떤 영감으로 시즌별로 몇백벌의 옷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 불타오르는 에너지의 원천이 궁금했다. 그렇게 나의 이브 생 로랑 영화는 시작되었다.
이브 생로랑은 디올의 수장이 죽으면서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로 입성한다.
'표현하기 힘드네요, 좀 슬프기도 하고. 불안하면서 기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실패할까 두려운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할 거예요. 그것만은 맹세할 수 있어요.' -이브 생 로랑
그러면서 자신의 영원한 동반자가 될 피에르를 만난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살던 시기는 전쟁 중이었다. 이브 생 로랑은 자신은 옷을 만드는 것을 통해 자신의 투쟁을 보여주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혁명의 정신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의 사람들에게는 먹히질 않을 소리였다.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해 조울증이라는 판정을 받는다. 성격도 모든 게 예민해진 그는 피에르를 거부하려 하지만 피에르는 그런 감정의 동요를 다 받아주고 떠나지 않고 곁을 지킨다. 왜 이브 생 로랑에게 이런 정신적 아픔이 있었을까? 주변 사람들이 다 알 정도로 생 로랑은 게이였다. 어릴 때부터 남자를 좋아했고, 그로 인해 많은 놀림을 받았지만 어머니는 지켜주지 않았다.
자신의 아픔을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는데 부모가 지켜주지 않는 것은 상당한 상처로 왔을 것이다. 그 상처는 아마 평생 간직해왔을 것들이고 영원히 해소하지 못할 아픔일 것이다. 하지만 피에르가 나타남으로써 자신을 보듬어주고, 영원한 자신의 편이 되어주기로 한다.
부싹에게 부당하게 계약해지 받은 것을 생 로랑 대신 소송을 해서 이겨서 배상을 받아내고, 빅투아르를 통해 연줄을 얻어 투자를 얻기도 한다. 이미 그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의 빛나는 재능에 매료가 되어 사람들이 모여들 수밖에 없는 남자라는 것을 생 로랑만 모르고 있었다. 그는 이때까지만 해도 겸손함, 예민함, 약간의 까칠함과 수줍음을 가진 사람을 끌어당기는 오묘한 청년이었다.
'넌 예술가야' -피에르
피에르는 이브 생 로랑을 끝까지 믿고 확신했다. 그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몇 번의 부진함이 있었지만 현대미술에서 감명받은 몬드리안 컬렉션을 내놓으면서 패션계에 엄청난 반항을 일으켰다. 그 이후 부티크도 만들지만 패션의 열정이 남아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패션계를 잠시 떠나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이 여행이 잘못되었던 걸까? 생 로랑이 지쳐서 떠난 여행은 다양한 친구를 사귀면서 좋아지는가 싶더니 약을 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피에르와 마찰이 점점 잦아지고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려고 하는 등 그의 생에 반항적인 일탈이 시작된다. 피에르는 몇 번이나 물어본다. 왜 그러는 것이냐?
'그(자끄) 사람을 사랑해. 그래도 내 인생의 남자는 너야.' - 이브 생 로랑
나는 참으로 이기적지만 피에르와 이브생 로랑은 서로가 없었으면 이 브랜드 런칭이나 지금의 삶이 지속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쌍방향관계는 이미 너무 견고해서 서로가 어떤짓을 하더라도 떠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계속 약을 해오던 생로랑은 쓰러지고 만다. 그의 행복은 이제 일 년에 두 번 컬렉션을 열 때만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피에르가 있다. 아직도 끝까지 눈은 언제나 이브 생 로랑에게 향해있다. 그것을 생 로랑도 알고 있다. 난 생 로랑의 무한한 에너지를 패션에 쏟을 수 있었던 이유는 피에르가 정서적으로 물질적으로 행동적으로 지켜주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사랑은 애인 간의 사랑을 넘어 진정한 가족 같은 사랑을 실현해낸 동성커플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브 생 로랑의 사랑이야기만 영화에 담겨져 있는 것이아니다. 이브생로랑의 열정, 그가 컬렉션을 내기까지의 손길을 더 하는 섬세함과, 아름답고 눈부시지만 차분한 그만의 컬렉션들이 다 녹아져 있어 볼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항상 볼까 말까 걱정을 했다. 나는 아직 동성 영화는 많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혹시나 어떤 감정이 들지 그 낯선 감정을 느끼기가 두려웠다. 하지만 피에르의 끊임없는 사랑은 그저 애정을 넘어선 고독하면서도 정말로 사랑해서 옆에 있기만 해도 되는 그런 감정이 나에게 다가와 그냥 남녀를 떠나 한 사람의 사랑으로 느껴졌다.
진짜 이브 생 로랑에 빙의한 것처럼 연기한 피에르 니네이와 피에르 역 기욤 갈리엔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 평점
- 6.4 (2014.06.26 개봉)
- 감독
- 자릴 레스페르
- 출연
- 피에르 니니, 기욤 갈리엔, 샬롯 르 본, 니콜라이 킨스키, 주디 비처, 하비에르 라피트, 루벤 알베스, 로라 스멧, 마리안느 바슬레르, 아스트리드 웨트날, 안느 알바로, 야니케 아스케볼트
- 직업
- 패션 디자이너
-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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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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