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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57

5. 나는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야 우리나라는 문과예요? 이과예요? 딱 묻는다. 아니 우리 세대까지 만인가? 문과면 역시 감성적이네요. 와 글 쓰는 것봐. 이과면 진짜 너무 직설적이다, 감정이 없는 수준 아닌가요?라는 고정관념이 아직 많이 묻어 있다. 인터넷의 문이과 영상 댓글만 봐도 딱 구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과인 나는 이것저것에 영감을 많이 받는다.(아니 사실 문과에 가고 싶기도 했다) 특히 노래와 들었던 상황이 기억나서 뭉클해지는 경우가 많다. 에이핑크 미스터 츄를 들으면서 부모님과 뜨거운 여름에 고속도로 길을 달리지만 차 안은 시원해서 에이핑크의 통통 튀는 노래와 잘 어울렸다. 여행 가는 그 순간의 감정, 부모님과 함께 간다는 즐거움, 여기저기 펼쳐진 녹색 나무들. 무언가 내 마음을 좋게 울렁거렸다. 사실 이런 나를 .. 2023. 4. 29.
4. 사람에게 집착하다 최근에 사귀게 된 친구가 있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사귀게 친구라 너무 소중하고, 아껴주고 싶었다. 또 나랑 상황도 비슷하고, 가지고 있는 감정들, 비슷한 힘든 시기를 보내 서로에게 공감이 가는 아이였다. 그렇게 2년 동안 우리는 자주 만났다. 서로 다독거려 주고, 어떻게 하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까? 문제를 해결해 내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2년이란 시간을 길면서 짧은 시간이다.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시기이다. 그 아이는 남자친구가 생겼고, 직업이 생겼다. 나는 그대로 인것 같았다. 아니 그대로였다. 친구가 부럽기도 하면서,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한 건가?라는 좌절감도 밀려왔다. 이것은 질투일까? 몇 번이고 고민해 봤지만 아니었다. 나의 한심함에서.. 2023. 4. 27.
3. 조잘조잘 거리고 싶은 날 난 말이 많다. 사실 친한 사람들 한정이다. 제스처도 많다. 몸을 가만두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손을 요리조리 고개는 앞 뒤로. 처음에는 내가 이 침묵이라는 적막이 싫어서 말을 시도 때도 없이 하는 건가? 의문이 들었지만 계속 나를 관찰한 결과 그냥 말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내 말 듣고 남이 웃는 것도 좋고, 나 스스로도 말하면서 빵 터지면서 목을 뒤로 젖히는 게 좋다. 물론 남의 말을 들을 때는 경청을 하려고 의식적으로 입을 닫기도 한다. 아예 그때는 말을 안 하고, 전혀 입을 뻥끗도 하지 않는다. 그럴 땐 또 입이 근질거리지도 않는다. 우리 집은 대화가 많다. 내가 누구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는가 했더니 팩트로 날려버리는 말투는 아빠를, 그리고 입술이 쪼물거리면서 움직이는 조잘조잘 거리는 대화는 엄마에게.. 2023. 3. 31.
53. 용서가 아니야. 그 이후로 나의 두 달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감정을 차단해 보려고 잠으로 도피하고, 유튜브만 보면서 나의 현실을 외면했다. 며칠이 흘렀을까. 나의 모습은 초췌했다. 아니 정확히는 추했다. 나가지도 않고 박혀만 있던 나는 몰골이 엉망진창이었다. 헝클어진 머리와 퉁퉁 부은 눈. 눈은 내가 나를 보는데 초점이 맞질 않았다. 아니 내가 나를 보길 거부한 건가. 이대로 있으면 그 아이가 기뻐할 것 같았다. 알고리즘이 나의 상태를 알았는지 강연을 추천해 줬다. 내가 행복해야지 그 아이는 불안할 거라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차근차근 힘들지만 마주 봤다. 그 애와 나눈 대화들. 14년 전의 상처들. 하나하나 써 내려갔다. 혹여나 내가 놓친 상처가 있을까 기록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그 아이한테 화났던.. 2023.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