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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알까기52

53. 용서가 아니야. 그 이후로 나의 두 달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감정을 차단해 보려고 잠으로 도피하고, 유튜브만 보면서 나의 현실을 외면했다. 며칠이 흘렀을까. 나의 모습은 초췌했다. 아니 정확히는 추했다. 나가지도 않고 박혀만 있던 나는 몰골이 엉망진창이었다. 헝클어진 머리와 퉁퉁 부은 눈. 눈은 내가 나를 보는데 초점이 맞질 않았다. 아니 내가 나를 보길 거부한 건가. 이대로 있으면 그 아이가 기뻐할 것 같았다. 알고리즘이 나의 상태를 알았는지 강연을 추천해 줬다. 내가 행복해야지 그 아이는 불안할 거라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차근차근 힘들지만 마주 봤다. 그 애와 나눈 대화들. 14년 전의 상처들. 하나하나 써 내려갔다. 혹여나 내가 놓친 상처가 있을까 기록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그 아이한테 화났던.. 2023. 3. 13.
52. 마지막 시도 그 애가 연관이 된 지 벌써 두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하루가 지옥 같았다. 시도 때도 없이 그 얼굴이 떠오르고, 분노와 화가 치밀어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목도 나가고, 정신도 나가고, 나도 이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진지하게 입원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내가 나를 규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이미 그 전조현상이 몰려오고 있었다. 창문을 보면 뛰어내리고 싶고, 차를 보면 그냥 도로 한복판에 뛰어들고 싶고, 높은 빌딩을 보면 몇 층인지 계산해서 저 정도면 깔끔히 내 몸이 부셔질 수 있겠다며 무엇을 보던지 나의 목적은 세상에서 사라짐 뿐이었다. 차라리 병동에 있으면서 나를 묶어놓더라도 살기 위해서는 그렇게까지 해야겠다는 결론이 내렸다. 그렇게 병원을 알.. 2023. 3. 11.
51. 사과는 받지만 용서는 못해 약 두 달간 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사과를 받아도 공허하고, 허무한 기분을 용납할 수 없었다. 난 그 애를 만나면 무엇을 말할지도 하나하나 다 적어놨었는데.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까지 망가졌던 걸까? 고작 그 애의 미안해라는 사과 한마디를 받으려고 아등바등 살아왔던 걸까.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오히려 나를 망치는 답변이 되었다. 나의 몇십 년의 회색빛같은 삶과 결투하고, 줄다리기에 끝에서 힘을 쓰고 있던 내가 줄을 다 놔버렸다. 좌절의 연속이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 아이도 생각이 났다보다. 장문의 카톡이 와 있었다. 아니 생각은 이미 이전에 떠올랐겠지. 오히려 내가 분노에 차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눈물을 삼키며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너에게 한 한마디들이 너에게도 조금이나마 심란한 마.. 2023. 3. 10.
50. 한 통의 전화 난 이 모든 과정을 상담선생님에게 말했다. 상담 선생님은 바로 나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전화해서 사과를 받으라고. 난 절대 못하겠다고 내가 못할 걸 알지 안 내고 몇 번이나 말하고, 악쓰면서 우는 도중에도 정신을 차리고 전화해서 사과를 받으라고 하셨다. 피해자가 사과를 받아내려고 전화까지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니까. 울었다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반복의 하루였다. 조울증 약이 없었다면 더 미쳐서 날뛰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난 그 애를 알만한 사람에게 번호를 뜯어냈다. 이유를 물으니 아주 속쉬원해게 이야기했다. 날 괴롭힌 애라 사과를 받으려고. 그런데 웃긴 건 그 애가 망할 그 아이의 제일 친한 친구였다. 세상은 참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어서 웃음이 계속 나왔다. 그 웃음은 지금이라도 웃지.. 2023.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