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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알까기

40. 인연

by O_pal 202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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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4살 때부터 친한 친구가 있다. 30년 지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는 교회에서 처음 만났다. 부모님이 친해서 4살 때부터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에 계속 만났다. 초등학교 때는 부모님이 봉사하는 동안 친구의 집이 교회랑 가까워 아예 그 집에 몇 시간 동안이고 있었다. 일요일은 친구네 집에서 김밥을 하나 사들고, 라면을 먹으면서 서프라이즈를 보는 게 루틴이 되었다. 서프라이즈 10주년이라고 방송에 나왔을 때 와 우리가 서프라이즈를 본지가 몇 년째인 거지? 라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진 그 친구와 내 집에 돌아가면서 슬립오버를 했다. 부모님이랑 서로 친하다 보니 방학 때 일 년에 한 4번 정도 번갈아가면서 침대에 누어서 도란도란 새벽의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이야기를 했다.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 계속 깔깔거리고 웃어서 부모님들이 잡을 못 주무시고 뭐라 하셨다. 우린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고등학생이 되어서 서로 늦게 사춘기를 맞이했다. 서로 잘 교회에 나오지 않았다. 뜨문뜨문 오면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하지만 예전처럼 깊은 이야기를 나눌수가 없었다. 나랑 겹치는 면적이 줄어들어있었다. 서로의 입시에 지쳤고, 서로에게 검은 그림자가 어두워져 있었다. 하지만 서로 물어볼 자신은 없었다. 또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나는 아예 안 나가기 시작했다. 안 가고 도망치다가 부모님한테 걸리고, 독실한 신자이신 부모님은 나를 답답해하셨다. 

 

기도를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고, 나의 삶은 내가 선택을 해나가는게 맞다는 결론이 나왔다. 신에게 의지하는 것은 정신이 약한 사람들이나 하거나, 신께 기도하는 동안 기적이라고 불리는 본인들만의 경험을 한 사람들이 믿는 거라 여겼다. 독실한 어머니를 이기는 것은 힘들었다. 결국 고등부 예배는 안 가고 대예배만 들이고 모임 같은 것도 일절 안 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렇게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는 엄마와 함께였다. 

졸면서 설교를 듣고 나오는데 그 친구가 달라진 모습으로 나오고 있었다. 친구도 어머니와 함께 들이고 있었고, 사정은 비슷했다. 서로 안드릴려고 해서 부모님이 끌고 온 타입이랄까. 나는 친구의 변한 모습에 너 왜 이렇게 달라졌어, 스타일도 달라져서 못 알 볼 뻔했다. 그 와중에 얘가 낯을 가려하길래 어이없어하면서 다음에 보자 하면서 집으로 갔다. 엄마와 달라진 친구이야기를 하면서 빠른 시일에 봐야지 했는데 벌써 대학원에 진학해서 내가 사람을 만날 시간조차 사라져 있었다. 

 

자퇴를 하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면서 사람을 만날 생각이 없었다. 당연히 그 친구도 생각도 안났다. 이제 약을 먹고, 밖에 나서기 시작하고, 다시 교회를 다니면서 그 친구가 너무 보고 싶었다. 한마디로 나의 첫 친구였는데 내게서 서서히 잊혀버린 친구를 다시 찾아오고 싶었다. 부모님을 통해 친구의 번호를 얻어내, 용기를 내서 연락을 했다. 보고 싶다고, 밥 한번 먹자는 이야기를 길게 써서 보냈다. 친구는 한번 거절했다. 다음에 보자라는 식으로.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을까? 나는 왜 친구가 계속 떠올랐는지 알 수 없지만 이건 뭐랄까, 꼭 만나야 한다는 신호 같았다. 난 다시 한번 문자를 보냈다.

 

수락의 답장. 친구의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친구는 대학교때 봤을 때랑 또 달라져 있었다. 단발이었던 머리는 밝고 긴 갈색머리로 변해져 있었다. 친구가 만나자마자 한말이 떠오른다. 나 낯가릴 것 같아. 난 그래도 긴 세월 한 시간이 있어서 빨리 사라질 거야 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냈다. 친구와 난 다시 어느새 교회로 돌아와 있었다. 또 같은 시기에 우울증에 걸렸었다. 아, 우린 떨어져 있었는데 참 비슷하게 살아왔네. 

 

이야기들이 쏟아지면서 서로 눈물을 흘려보냈다. 친구의 아픈 시도의 흔적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거기에 덮은 아름다운 꽃 그림은 본인의 방식으로 힘을 피워내고 있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약을 끊게 되면서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용기를 얻었다. 우리는 그때의 만남 이후로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안부를 물으면서 아픔을 보듬어주고, 보살피고 있다. 7년 만에 다시 이어진 인연은 더욱더 특별해졌다. 이제는 다시는 끊어지지 않게 내가 끈을 붙잡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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