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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알까기

42. 무언가를 읽다.

by O_pal 2023.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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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는 책을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모으는 속도가 읽는 속도보다 빠르다. 내 마음을 저격하는 글들과 목차들을 보면 끌리듯이 장바구니에 넣어버린다. 그렇게 장바구니의 리스트가 20개 정도 된다 싶으면 교보문고에 들른다. 실물로 보면 마음이 바뀌는 책들이 많다. 인터넷에 이쁘게 포장만 되어 있는 책들도 많고, 실제로 보고 애매했던 책들을 오히려 내 손에 들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내 책장엔 책들이 쌓여있었다. 칸이 부족해 세로로 쌓아도 부족해 앞쪽에 한 칸 더 세운다. 이제 그 정도도 부족해 가로로 위에칸을 섭렵한다. 가끔 책을 찾고 싶어도 하나를 꺼내려면 꺼냈다 뺐다를 반복해야 해서 잘 안 읽거나, 한 번만 읽어도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책들은 가장 안쪽에 넣어둔다. 

 

내가 주로 고르는 서적은 자기계발서다. 똑같은 소리가 써져 있는 것을 뻔히 알지만 바뀌지 않는 나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기 위해 구매했다. 작가들은 같은 행동임에도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서 성공한 사람도 있는 만큼 다양한 방법들을 얻어내기 위한 것도 있다고 변명해 본다. 자기 계발서는 그중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것은 읽은 것 같다. 타이탄의 도구, 시작의 기술, 카네기 시리즈,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전쟁의 기술 등등. 나도 이제는 자기 계발서를 그만 살 때가 되었다고 여겨 베스트셀러라도 크게 와닿는 문구가 없으면 구매하지 않는다.

 

자기 계발서는 나에게 희망이자 동시에 저주다. 나도 이렇게 할 수 있겠지? 라면서 에너지를 얻는 건 잠깐이다. 아니, 이 사람은 어떻게 이걸 다 해낸 거지? 이 사람의 루틴을 내가 지킬 수 있을까? 왜 다 아침형 인간이지? 나는 미라클 모닝이 제일 힘든데? 하면서 저자와 나와의 비교가 시작된다. 특히 우울증으로 집에 칩거하던 2년은 거의 책만 읽었다. 읽으면서 나의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몇 번이나 혐오하고,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니 그때와 난 달라졌다.

 

다 못할 걸 알지만 정말 아주 조금의 시도들이 나를 바꿨다. 카네기 시리즈에서 웃고, 사람들에게 먼저 칭찬하는 등 집에만 있는데 이걸 어떻게 실행하는가?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이때는 연락할 친구도 없어서 나는 경비 아저씨한테 인사했다. 아저씨는 나에게 인사로 화답하셨다. 아저씨의 웃는 모습은 오랜만에 집 밖에 나온 나에게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내가 인사했다고, 저렇게 까지 웃을 일인가? 기쁘신 일이 있는 건가? 

 

몰랑해진 마음을 이끌고 그냥 동네를 걸으면서 사람들을 흘끗 본다. 놀이터에서 뛰놀면서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 자기들끼리 놀리면서 깔깔 웃는 아이들, 아주머니들끼리 수다를 떨면서 서로 마주보는 모습, 과일 장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분. 나에게 너무 많은 감정의 정보들이 몰려왔다. 서둘러 집에 돌아갔더니 이미 나는 하라는 것들을 다 수행하고 왔다. 물론 다음날 나는 잠깐의 외출로 몸살을 알았다. 

 

그다음난 에세이를 많이 본다. 나는 생각의 끝이 부정적이다. 최근에는 긍정적으로 많이 스스로 변한 편이지만, 안 좋은 걱정거리들이 먼저 생각나고, 결과가 잘못될까 봐 전전긍긍한다. 에세이는 사람들이 경험하고, 생각 나오는 조각들을 모아둔 모음집이다. 나는 그 사람들을 통해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결핍된 모습을 나만 가지고 있는 건지 나 혼자만의 공감을 느끼고 싶었다.

 

사람들은 제각각의 다채로웠다. 각자의 세상은 고독하고, 우울하고, 소소한 즐거움도 있고, 웃긴 사연도 많다. 그 사람들은 글로 세상에 대한 감정을 쏟아내고 공유한다. 자신의 기분은 이런데 당신은? 하고 묻는다. 나는 어떻게 저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풍요로운 감정들의 도가니에 빠져든다. 

 

나도 그런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필사한다. 글을 적어 내려가면서 나도 모호한 감정이 아닌 뚜렷하게 채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쓰인 단어들이 하나같이 주옥같다. 나도 그들의 영향을 받아 어쩌면 조금이나마 물들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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