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맵을 써 내려가니 꼬리에 꼬리를 이어갔다. 나의 실질적인 감정도 마주하게 되었다. 현재 우울증이 온 지금 난 어떻게 하고 싶은가? 학교를 쉬고 싶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정말 쉬어도 되는가? 그 사이에 나는 뭐를 해야 하는가? 아니 굳이 꼭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일까? 내 성격 때문일까? 내 성격이 왜 이렇게 결정된 거지? 원인을 찾고 또 찾아도 내가 따돌림을 당했던 일로 결정이 났다. 내가 소심해진 것, 눈치를 보는 것, 사람들에게 크게 기대를 안 하는 것. 내가 이렇게 된 건 몇 년 아니 십 년 넘게 쌓아온 이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20년인 이때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나는 왜 학교를 쉬고 싶은가? 사람을 만나는 게 힘들었다. 다른 직장에 비해 대학원은 공부하느라 그런 게 덜하지만 어쨌든 소통을 끊을 수 없다. 지금 나의 이 연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었다. 약점이 되지 않을까, 누가 수군거리지 않을까. 또 억지로 이야기를 하는 내 모습이 가면을 쓰고 있는것 같았다. 이게 정말 나일까?
나 스스로 가면이 부셔지고 있고, 웃는 얼굴뒤에 일그러진 표정이 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잠시 이 가면을 다시 쓸때까지 휴학을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아니 사실 부모님이 결정을 내려주셨다. 이때의 나는 내 감정을 마주하고 내 얄팍한 진실에 내가 하찮게 느껴져서 허탈해 하며 멍때리고만 있었다.
교수님에게 직접 전화하지 못했다. 너무 어리석고, 내 스스로 이런 말을 못 할 정도로 망가져버린 나한테 질려버렸다. 그럼에도 교수님은 이해해 주셨다. 빨리 나아서 오기를 바란다고 기다린다고 전해달라고 하셨다. 교수님에게 감사함과 죄송함, 나의 한심함과 함께 내 마인드맵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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