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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알까기

13. 대학원 휴학

by O_pal 2022.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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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하게 다니던 대학원을 휴학했다. 나는 이때도 방 안에서 칩거하고 있었다. 이때 마음이 이렇게 텅 빌 수 있구나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무슨 이야기를 들어도 감정의 변화가 없었다. 당연히 표정도 움직이지 않았다. 만사가 귀찮았다. 이렇게 텅 비어 있으니 오히려 생각이 안 나서 좋았다. 자살? 아니, 뛰어내릴 힘도 없어서 시도하지도 못했다. 그것도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있어야지 할 수 있는 거라는 것을 꺠달았다. 

 

나는 뒤처지고 있는 걸까? 내 자리는 나중에 가면 남아 있을까? 하, 망했네. 괜히 휴학한걸까? 미치더라도 버티고 있었어야 했나. 뭐 이제 와서 생각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생각해서 뭐하나. 난폭한 생각이 떠오르기 전에 그만두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았다. 

 

숨 쉬는 게 힘들었다. 이때의 습관은 나도 모르게 호흡을 참아 중단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크게 숨을 뱉고, 다시 잘 쉬다가 정지. 현재 많이 좋아진 지금도 뭔가 안 풀리거나 스트레스받으면 호흡을 멈추고 있다. 아마 그 고요함이 좋아서 그런 걸까? 아님 나의 숨이 거슬려서 그냥 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중적인 마음인 걸까?

 

휴학을 하고 부모님이 계속 말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기억만 있고,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항상 방에만 있으니까 억지로 밖으로 데리러 나가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 우리 동네는 꽃이 조금씩 피고 있을 시기였다. 엄마는 내 손을 잡고, 이건 무슨 꽃일까? 하면서 대답이 없자 혼자서 말을 이어나가셨다. 

 

모자와 마스크로 온 얼굴을 가린 나에게 엄마는 사진을 찍어주려고 하셨다. 난 당연히 도망갔다. 이렇게 최악일때의 모습을 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는 사진을 찍어주셨다. 그때 우리는 꽃이 피어나는 시기 동안 항상 함께 나왔던 기억이 난다. 옛날에는 방에만 있고 싶어 하는 나를 억지로 끌고 가는지 이해도 안 가고 걷는 것도 힘들었다.

 

지금 와서 보면 엄마는 나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엄마만의 노력을 한 것이였다. 방에서 꺼내 주고, 좋아하는 음식 먹이고, 자신의 주변 사연 이야기하면서 웃겨보려고도 하고, 주변 사람을 만나게도 하고 난 그걸 나중에서야 꺠달았다. 나는 이때 살면서 가장 많은 데이트를 엄마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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