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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알까기

10. 잠수

by O_pal 2022.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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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통해 느끼는 감정은 여러 가지 감정이 있을 거다. 나에게 있어서는 몸이 물속에 꼭 빠져 있는 느낌이었다. 밀도가 깊은 액체 속에 담겨 있어 내 팔다리는 움직이기 힘들다. 가끔 나의 발을 누가 끌어당겨 얼굴이 액체에 빠져서 숨이 막힐 때도 있다. 숨을 쉬고 싶어서 누워있는 내 몸을 요리조리 돌려본다. 

 

나에게 제일 불편한 자세는 똑바로 대자로 누워서 자는 자세다. 누가 내 가슴에 발로 체중을 싣고 서 있는 느낌이다. 무게가 상당하다. 무거움을 견딜 수가 없어 나는 옆으로 누워 자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옆으로 누워있으면 압박감을 주지만 세게 밟고 있지는 않다. 이 정도인 것에 감사해야한 걸까? 

 

가슴의 답답함은 더 심해졌다. 정말 누가 나를 저주라도 하고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답답함을 넘어서 숨이 턱 막히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계속 가슴을 두들겨도 이 먹먹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때 한숨은 항상 나와 함께 다녔다. 세상에 숨 쉬는 게 이렇게 힘들었던가. 

 

이러다가 나는 이게 화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화병으로 죽는다는 말이 실제로 나에게 적용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죽더라도 편하게 죽고 싶어서 지금 이렇게는 죽고 싶지 않았다. 화병에 좋다는 혈자리를 눌러봤다. 가슴이 답답한데 가슴 한가운데 거기를 천천히 꾹 누르라고 했다. 누르니까 누가 주삿바늘을 꼽는 듯한 찌릿한 느낌이 났다. 나 입에서 헉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매일 문질렀다. 완전히 나은 건 아니니만 효과는 좋았다. 누가 밟기 전에 내가 먼저 압박을 주는 한마디로 선수치기를 했다. 이미 내가 꾹 눌러서 답답함을 줬다가 때는 순간 몰려오는 약간의 시원함.

 

사실 아직도 잠수 중이다. 이제는 어느 섬이 희미한 안개 사이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착각인가. 그래도 예전에는 그냥 잠긴 채로 있었다면 지금은 밀도가 높은 액체 속에서 힘겹게 발버둥을 치고 있다. 발도 열심히 움직이고 팔은 파닥거린다. 또 고개는 최대한 고고히 들려고 노력한다. 얼굴은 내놓을 수 있도록. 그래야 내가 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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