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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알까기

36. 탈색과 탈모

by O_pal 2023.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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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기분의 변화를 주고 싶으면 머리를 만지지 않는가? 힘지어 헤어지면 단발로 자른다는 말들이 많은 만큼 나는 이 머리를 어떻게 바꾸고 싶었다. 머리를 바꾸면 내 감정도 색다르게 변하길 바라면서. 탈색하면 검은색인 나의 머리가 노랗게 변하듯이 어둡고 텁텁한 감정들이 빠져버리길 바랐다. 

 

막상 미용실에 가고 의자에 앉아서 미용사분에게 머리 상담을 받는데 떨리기 시작했다. 사실 머리 염색을 유독 부모님이 반대하셨다. 하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하는 마음에 네! 탈색하고 애쉬색깔로 할게요!라고 대답했다. 퍼런 약이 나의 머리를 덮을때 심장은 두근거렸다. 이제 나도 금발이다. 해봤을 때 알록달록 다해봐야지랑 머리 많이 상한다는데 내 머리는 괜찮을까? 다른 사람들이 한 머리들을 사진으로 계속 뒤적거렸다.

 

그렇게 첫번째 탈색이 끝나고 두 번째가 시작되었다. 점점 뭔가 아파오는 게 느꼈다. 두통인가? 싶었는데 땀 같은 게 흐르기 시작했다. 여름이라 나는 땀인가? 했는데 진물이었다. 나의 연약한 피부를 내가 만만하게 봤다. 따갑게 느끼고 열감이 올라와서 미용사에게 더 못 버티겠다고 했다. 그때 나의 머리색은 이미 금발이었다. 두피를 나어주고 얻은 금발이었다.

 

미용사분은 두피가 약하다 머리카락이 얇다고 말씀해주셨다. 염색은 두피를 건드리지 않고 하겠다고 하시면서 나의 머리 색깔은 애쉬그레이색이 되었다. 머리를 만져주시면서 뭔가 날아다니느게 보였다. 안경을 끼는 나는 먼지가 날아다니다 보다 했는데 안경을 끼고 난 봤다. 내 잘린 머리카락이 앞에서 날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머리가 녹아서 후드득 잘려나가는 나의 연약한 머리들이었다. 불안한 마음이 한구석에 쌓여가고 있었지만 머리는 마음에 들었다.

 

가족들에게 보여줬을때 다들 반응이 좋았다. 오 피부가 더 하애보이는 것 같아! 생각보다 괜찮아! 근데 머리카락이 생명을 잃었네. 자랑도 하고, 친구에게 보여도 주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엔 무슨 색깔을 해볼까 하며 꿈나라로 향했다. 

 

다음날, 난 배게에서 수많이 떨어진 내 머리카락을 봤다.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망했다. 원래도 많이 빠지지만 이건 무슨 누가 머리를 잡아 뜯은 것 마냥 머리카락이 베개에 붙어있었다. 후다닥 거울로 가서 내 두피를 살펴봤다. 아직은 멀쩡해 보였다. 머리는 묶으면 절대 안 되겠다. 두피 약이라도 발라야 하나? 갈팡질팡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이 지나가고, 엄마가 소리를 지르셨다. 

 

'아니! 바닥이 온통 금발, 니 머리카락이야. 너 문제있는거 아니야?' 

'안 그래도 피부 아토피 있는데 너 머리 봐봐.'

 

하면서 엄마가 원숭이처럼 내 머리를 하나하나 파보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비어 보인다는 엄마의 말. 어쩔 수 없다. 내 선택이었으니까. 피부과를 가도 일시적인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바르는 약을 주셨다. 엄마의 잔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럴 각오를 하고 한 거였으니. 약을 열심히 발라도 머리가 빠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아예 깔끔히 밀어버리고 처음부터 시작할까도 생각했는데 모두가 말렸다.

 

감정의 변화는 첫날 여섯시간 정도 잠깐의 기쁨뿐. 그 후 1년 동안의 머리에 손도 못 대고, 강제 투톤도 해봤다. 그리고 단발로 잘라버렸다. 1년 동안 탈모샴푸, 탈모약, 영양제 그 돈으로 더 나가버렸다. 완전한 탈모는 막을 수 있었지만, 아직도 엄청 빠진다. 마음이 아프지만 인생에서 나의 과감한 첫 도전이었다. 사실 투톤일 때 한번 더 해볼까 했다가 엄마한테 맞았다. 역시 인간은 실수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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