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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오늘의 기분은

1. 복수심에 불타버리다.

by O_pal 2022.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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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에세이를 써 내려가는데 이 감정으로 시작할 줄을 몰랐다. 아니 사실은 즐거운 감정으로 시작할 줄 알았다. 나도 내가 이런 감정을 다시 겪게 될 줄은 하필 나름 잘 살아내고 있는 도중에 다시 안 좋은 감정에 속하는 복수심에 타오를 줄 몰랐으니까. 복수심은 왜 가지게 되었을까? 나는 나를 괴롭히는 친구 덕분에 생기게 되었다. 벌써 옛날이고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다. 

 

그 친구는 한명씩 따돌렸다. 내 차례가 왔을 때 나는 탈의실에서 욕을 한 사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충격을 먹었었는지 그 순간 탈의실에서 있었던 기억만 있고,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그때 그 아이의 얼굴과 그 순간만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어두운 곳을 싫어했다. 밤에도 불을 켜고 자야 할 정도로. 그 아이는 내 성격의 변환점과 같은 아이다. 그 아이 영향으로 내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사람을 잘 믿지 않게 되었고, 무슨 이야기를 해도 진실로 여기지 않았다.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하게 되었다. 숨이 막혀 온다랄까? 그때는 어려서 공황장애인 지도 몰랐다. 

 

하지만 내가 다니고 있던 교회에 그 아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죽는줄 알았다. 왜? 또? 내 인생에 끼어들려고 하는 거지? 그 아이를 보자마자 내가 취한 행동은 회피였다. 바로 모든 사람들과 다시 연락을 끊으려고 했다. 교회도 바꾸려고 다 그만두려고 했다. 눈물만 주룩주룩 나왔다. 정말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이럴 땐 신이 참 사람을 농락하려고 만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괴롭히는 것 같았다. 

 

잠도 못자고, 울다가 엄마는 그 아이 때문에 다시 무너지지 말라고 하셨다. 나는 상담 선생님한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열심히 이겨내고 성장해온 것들이 다 허무하다고, 그 아이 때문에 다 사라질 것 같다고 했는데 선생남의 답변은 의외였다. 전화해서 사과를 받으라고.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른다. 그냥 무작정 카톡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 아이 목소리를 들었을 때 소름이 돋았다. 그대로인 목소리. 내가 누구인지 말하니까. 중학교 고등학교 기억이 잘 없다고 했다. 내가 너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사과받고 싶어서다.라고 했더니 반가워하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내가 기억나는 것들을 다 내뱉었는데 그 아이의 답변은 기억이 안 나서 정말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예상한 말이였지만 너무 허무했다. 기억이 안 난다. 너무 참 쉬운 단어다. 하지만 끝에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내가 14년 동안 힘들었는데 이 사과하나 받으려고 그렇게 힘들었던 걸까? 나는 모든 성격과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하고, 거기서부터 내 인생은 꼬인 것 같았는데 이 친구는 나보다 더 나아 보였고, 차라리 그대로 나쁜 애이면 모르겠는데 변해있는 것 같아서 더 화가 났다. 복수심에 불타올라서 그냥 소문을 내버릴까, 그렇다고 이 나이 먹고 내가 반대로 가해자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럼 그 아이와 다를 게 없으니까.

 

만나고 싶다는 그 친구의 연락은 잠시 접어두고, 사과를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사실 못들을 것을 예상했는데 사과를 하니까 더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마음이 더 공허해졌달까. 아님 한대만 떄리면 좀 시원해졌을까. 아직도 답을 모르겠다. 가족들은 이제 잊고 넘기라고 덤덤하게 말하지만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계속 그 아이를 주시하게 되고, 계속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더 답답해졌다. 복수는 하면 안 되는 거겠지. 또 다른 내가 속삭이고 있지만 계속 억누르는 게 쉽지 않다. 이런 것 보면 선악설이 맞는 거 같기도 하고. 난 아직 인격적으로 수련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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