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모든 과정을 상담선생님에게 말했다. 상담 선생님은 바로 나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전화해서 사과를 받으라고. 난 절대 못하겠다고 내가 못할 걸 알지 안 내고 몇 번이나 말하고, 악쓰면서 우는 도중에도 정신을 차리고 전화해서 사과를 받으라고 하셨다. 피해자가 사과를 받아내려고 전화까지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니까. 울었다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반복의 하루였다. 조울증 약이 없었다면 더 미쳐서 날뛰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난 그 애를 알만한 사람에게 번호를 뜯어냈다. 이유를 물으니 아주 속쉬원해게 이야기했다. 날 괴롭힌 애라 사과를 받으려고. 그런데 웃긴 건 그 애가 망할 그 아이의 제일 친한 친구였다. 세상은 참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어서 웃음이 계속 나왔다. 그 웃음은 지금이라도 웃지 않으면 잔인하지만 내가 누구라도 죽일 수 있는 심정이라 이렇게 밖에 해소할 수 없는 내가 불쌍해서 웃는 거다.
전화를 알아내고 그 애가 전화를 받았을 때
누구세요?
나 00인데, 기억나?
아,, 뭐 같이 한 적이 있었나? 들어본 것 같아.
그래? 난 너에게 사과받고 싶어서 전화했어.
정적.
너 나한테 욕하고, 괴롭히고, 탈의실에서 그랬던 거 기억 안 나?
정적이 흐르다가.. 정말 미안해 내가 기억이 안 나는데 그랬다면 미안해
난 그애가 하나도 변하지 않아서 좋았다. 기억이 나지 않아서 미안해. 사과를 하는데 기억도 안 나는데 해대는 사과. 과연 정말 기억이 안 나는 걸까? 내가 뭘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난 역시 사람은 바꿔지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며, 그래 사과해 줘서 고마워.라고 단순히 끊었다. 뭘 바랐는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피해자만 기억하고, 가해자는 그저 재미로 그랬다는 미화의 추억거리인데.
사과를 받아도 거지 같은 기분. 사람이 당할 수 있는 치욕스러움을 본연의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나의 14년 동안의 아픔은 그 애는 하나도 모르고, 나만 아팠는데 그 아픔도 사과한다는 말 한마디로 끝나버리는 이 대화. 내가 사과를 받았는데 모욕적이고, 텅 빈 그 말은 그날 날 무너뜨렸다.
'나의 글 > 알까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52. 마지막 시도 (1) | 2023.03.11 |
---|---|
51. 사과는 받지만 용서는 못해 (0) | 2023.03.10 |
49. 공감은 한계가 있지. (0) | 2023.03.08 |
48. 방황의 길 (1) | 2023.03.07 |
47. 원수는 어디 다리에서 만난다? (2) | 2023.03.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