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나는 인상파사람들을 좋아하는데 그중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을 좋아한다. 내가 여성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성의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색채로 표현해 낸 사람 중 최고라 생각한다. 특히 서울에서 열렸던 전시회에 갔을 때 진짜 그림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미술과 기술의 결합으로 내가 그 그림 속에 들어가 그 사람들의 행동과 모습, 그 기분을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실제로 르누아르는 빛나는 색채표현을 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상파에 속하지만 나중에는 인상파에서 아탈 하여 독자적인 색채표현을 찾아 원색대비에 우수한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나는 르누아르의 그림 중 우명한 잔 사마리의 초상화를 공부해보려고 한다. 공부를 하기 전에 나의 개인적인 감상도 앞으로 끄적거려 보려고 한다.
전시회는 이 그림을 메인 그림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오묘하면서 거친데 부드럽게 느껴지는 색채에 나는 친구와 갔다. 이 그림을 보면서 난 잔 사마리의 사람이 궁금했다. 르누아르는 잔 사마리의 초상화를 총 4점 그렸다고 한다. 아마 지금 이 그림이 첫 번째 초상화가 아닐까? 어딘가 어색한 입꼬리와 모델을 한다는 부끄러움이 볼에 불그스름하게 드러나 있는 것 같다.
배경은 정말로 저런 코랄빛 색깔이었을까? 혹시 그게 아니라면 르누아르가 잔 사마리를 봤을 때 딱 떠오르는 색깔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생기 넘치는 얼굴과 배우의 꿈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반짝반짝 거리는 젊음과 내가 이 그림으로 혹시 더 유명해지지 않을까? 하면서 포즈를 잡고 있는 것 같다.
그녀의 옷은 어두워 보이지만 맑은 녹색이다. 그 녹색의 배경의 코랄빛과 걸쳐진 꽃과도 잘 어우러진다. 분명히 다른 색이고, 실제로 저렇게 옷을 입으면 어울리지 않을 색인데 부드럽게 소화가 된다. 나 같은 미술초보에게는 아마 과격한 색깔 선택이다. 하지만 부드럽고, 오히려 따뜻하게 다가온다. 또 배경은 그녀의 약간의 붉은 갈색머리를 더 돋보이게 한다. 약간의 부스스한 머릿결도 놓치지 않은 초상화는 잔 사마리의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한 것 같다.
실제 잔 사마리는 르누아르와 같은 인상파 화가 계열 사람들과 사귀었다고 한다. 르누아르는 사랑을 담아 잔 사마리의 초상화 색깔 하나하나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 사랑스러운 눈동자를 잔사마리를 보면서 두 번 콕콕 찍어냈을지도 모른다.
처음 르누아르가 잔 사마리를 만났을 때는 새르팡티에 부인 샬롱에서 만났을 거라 전해진다. 루누아르는 잔 사마리를 보고 초상화를 그리고 싶다고 전했고, 당시 20세던 그녀 또한 기쁘게 받아들인다. 실제로 그 둘은 몽마르트르 근처에 살아 쉽게 모델이 되어줬다고 한다.
내가 느꼈던 것처럼 르누아르는 여성스럽고, 우아하고, 약간의 장난기가 드러나는 파란 눈을 강조하여 그녀의 매력을 최대한 이끌어 냈다.
실제로 분홍색 배경은 르누아르가 모델을 작업할 때 눈을 감고 연상되는 색을 결정한다고 한다. 잔 사마리는 붉은색에서부터 분홍 파스텔 같은 색이 떠올랐다고 한다. 실제 배경색을 자세히 부면 코랄색과 파스텔 분홍빛까지 다 들어가 있다. 하지만 그녀의 옷 색깔이 에메랄드그린이라 두 색상이 잘 어울리지 않아 최대한 조화를 이루는 색생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오히려 약간의 이질감이 잔 사마리의 얼굴과 몸에 집중되게 만들어 그녀의 얼굴이 더 돋보인다.
그녀의 실제 얼굴은 어떨까? 생각보다 사진이 여러 장 있어서 놀랐다. 무엇보다 꽤 남성적이었다. 초상화에서는 무언가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돋보였다면 여기서는 우수의 찬 결의가 보인다. 배우의 커리어적인 면에서도 그녀는 어느 정도 만족해 보이지만 조금 더 더 뭔가 해내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풍긴다. 알고 봤더니 그녀의 집안 자체가 유명한 배우집안이고, 그녀 또한 쉽게 배우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고 한다. 공연에서 주연 배우는 아니지만 조연을 연기하더라도 상당히 인기가 꽤 있었다고 한다.
이 잔 사마리를 르누아르만 그린 것이 아니다. 그녀는 배우이자 모델이었고, 그만큼 그림에 자신의 끼와 아름다움을 최대로 녹아낼 수 있었고, 화가는 그 아름다움의 매료되어 자신의 색깔로 그녀의 아름다움을 색다르게 표현해 냈을 것이다. 실제로 이 그림은 잔 사마리아의 실제 얼굴과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 사랑스러움보다는 약간의 절제와 고풍스럽기까지 하다. 그녀의 앳된 얼굴은 사라지고, 어느 정도 성공한듯한 얼굴을 보여준다.
특히 배경을 어둡게 하고 빛을 그녀의 정중앙에 위치하여 오직 잔 사마리 그 사람만을 돋보이게 한다. 옷 스타일도 달라졌다. 드레스에서 셋업 된 정장들. 색깔도 예전과 다르다. 에메랄드 등 화려해 보이는 색깔에서 얌전해 보이는 짙고, 따뜻한 고동색이다. 이 화가는 잔 사마리를 사랑스러운 느낌보다 어딘가 성공한 사람으로 느껴졌고, 당당해 보이는 그 모습을 화풍으로 담아내려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잔 사마리는 너무나 짧게 살다 우리 곁을 떠났다. 33세 나이에 발진티푸스로 사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델이 되어주고, 사랑스러움으로 남편의 사랑을 많이 받았었나 보다. 남편은 죽을 때까지 그녀의 초상화를 팔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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